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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마법에 걸린 그해 여름

마법에 걸렸던 그해 여름... [11]

마법에 걸렸던 그해 여름... [11]


태양이 비추는 따스한 카페... 여름이라고 부를수 있는 날도 달력에 얼마 남지 않은 탓인지 덥다는 느낌은 어느새 사라져 사람들은 날씨에 무감각해져가고 있었다.


문에서 멀리 떨어진 창가에는 썬글라스를 낀 한 남자가 지그시 세상을 관찰하며 햇빛을 음미하는듯 미소가...아니, 무표정? 알수없는 인상이였다. 얼핏 보면 편한 인상인 듯 했지만 바라보면 볼수록 무언가 알수없는 중압감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영향력 아래있는 모든것은 자신의 성에 차도록 유지하는 그런 사람인듯 했다.


순간 그의 어깨에 올라온 손. 그의 뒤에서 무언가 걸걸하면서도 꾸민듯한 사람의 목소리도 이내 들렸다.


"꼼짝마라, 양군. 넌 포위됐다."


"하지마."


"흐히히히~"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양군이라는 사람의 앞에 앉은 남자. 그는 오히려 양군과는 상반된 모습인듯 했다.
히죽히죽 웃는 입술에 생글생글한 눈에는 장난끼가 가득했다. 세상을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 보낸다기 보다는 즐기기 위해 자신을 바치는 듯한 편안하면서도 가벼운 인상, 하지만 반투명의 파란 색안경알 너머로 보이는 눈은 강인한 눈빛이 그 또한 다른 방식으로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


"야, 근데 내가 분명히 너보다 나이가 많은데 넌 꼬박꼬박 날 양군이라 부르더라."


"하하하. 뭘 또 새삼스럽게 나이를 따지시나?"


양현석은 이내 피식 웃으며 다시 차를 들어 한 모금 들이켰다.


"은둔 생활은 어떻냐?"


"하하, 뭘 또 은둔이라 할것까지..."


"몇년동안 기자들의 눈까지 피하면서 안 보이고 숨어서 신비주의 고집하는게 은둔이 아니고 뭐야?"


"에이, 알면서 또 왜 그러나? 그냥 잘 밖에 안나가는거일 뿐인데. 신비주의는 언론의 산물일 뿐입니다."


"그 대사 연습했나?"


"흐흐흐"


그렇게 담소를 나누는 두 사람.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자리를 차지한 왕들의 여유가 느껴졌다.


"뭐 올해도 빅뱅 멤버들 각자 개개인 분야에서 성공들 했으니 이제 슬슬 다시 그룹으로 활동 해야지?"


"네가 안 그래도 이제 앨범 낼 준비 다 끝나고 조금 있으면 나올 생각이야."


"신경 쓰이는 경쟁상대는 없고?"


"뭐, 누구를 상대로 해도 잘 해낼 아이들이라..."


"외국에서 온 애들은?"


서태지의 질문에 양현석은 순간 눈썹을 움찔이며 의자를 뒤로 기대 앉았다.


"메이지? 글쎄... 내가 아는 정보망에 의하면 분명히 한달전에 앨범을 낼 거라고 했는데 왠일인지 한참후 갑자기 난 신문 보도는 이주후에나 활동을 한다네..."


"흠~?" 양현석 사장의 말은 들은 서태지는 창밖을 보며 고개를 끄덖이며 긍정의 표현을 보였다. 하지만 어두운 양현석과는 달리 그의 눈은 재밌다는 투인것이 눈에 확연했다.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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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거의 자동적으로 나오는 한숨. 벌써 몇번째인지 모르겠다.


"윤하야,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 왜 제일 쉬운곡에서 막혀?"


창밖으로 보이는 의진의 모습. 작사와 작곡가들에게 가 다시 곡을 줄도록 설득하고 자신도 곡을 만들어 직접 프로듀싱을 맡으며 누구보다 고생하고 동분서주해줘 이번 작업에 참여한 누구보다 고마웠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누구보다 미워 보이는 의진이...


"네가 써준 곡인데 그렇게 거짓말할래? 제일 쉬운 곡이라고?"


"은근히 까칠하다. 휘성 형이랑 녹음할때는 찍 소리 안하고 '네, 네, 알겠습니다' 이랬..."


"알았어! 가, 가!"


윤하를 한번 주시하더니 이내 의진이 음악을 시작했다.
그렇게 노래를 한지 30초. 이번에는 아무 경고 없이 음악이 끊겼다.
놀라서 고개를 든 윤하의 눈에는 의진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다.
순간 열리는 문으로 의진이 들어와 윤하는 주춤할수밖에 없었다.


"지금 뭐하는 거야?" 차가운 눈으로 윤하를 바라보는 의진의 질문.


"뭐?"


"지금 뭐하는 거냐고? 왜 영혼을 눌러? 네 목소리를 마음껏 표현하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무...무슨 그런 터무니 없는 말이 어딨냐?"


"지금 네 노래가 어떤지 알아? 죽었어. 감정이 없잖아! 네 느낌은 철저히 죽인채 목으로만 딱딱하게 부르고 있잖아!"


솔직히 그 동영상을 본 이후로 그녀 자신도 노래를 부를때 신경을 쓴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부르는 가창법이 대중이 들었을때 부담이 되지 않을까? 혹시나 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너무 대중적이지 못한건 아닐까? 또 너무 대중적이면 욕을 하지 않을까?
그러다보니 노래를 하면서 생각이 많아지는 것은 어쩔수 없는 것이였다. 연기자도 카메라 또는 관객을 의식하는 연기자가 제일 못한다고 하지 않던가?


아무말도 없이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으며 시간이 흘렀다.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있달까? 말이 오간것을 아니였지만 눈빛을 나누던 그 순간은 친구라고는 했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벽을 허물수 있었다.
마음이 맞닿은 그 순간 더이상 일터의 동료가 아니라 왠지 오랜 시간을 같은 뜻을 가지고 서로에게 기댈수 있었던 친구로 느껴졌다.


그 정적을 깬 사람은 의진이였다.


"윤하야. 사람들의 기억속에, 추억속에 남을 그런 가수가 되고 싶다고 했지? 그럴려면 모든 사람들을 다 만족 시키려면 안돼. 빛도 모든 색깔을 동시에 내면 결국 투명해지잖아. 사람들이 가장 기억하는 존재는 자신의 색이 뚜렸한 사람이잖아. 네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거야. 너 자신이 되라고."


마지막 두 문장이 윤하에게는 마음에 와 닿았긴했지만 머리 뒤에서, 아련한 기억이 문을 두들기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했던 이야기인데 한순간의 자신감을 잃은후로 잊고 있었다.


이내 입가에 미소를 짓고는 윤하 역시 고개를 끄덖였다.
"그래. 내가 하고 싶은대로 노래할꺼야."


윤하의 더욱 자신감 찬 태도에 의진 또한 웃으며 다시 퇴장했고 작업은 그렇게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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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챙기고 옷을 갈아입은 윤하의 입에서 자연스레 하품이 나올수밖에 없었다.
"몇시지?"
시계를 보니 더이상 시간은 오후가 아닌 오전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어휴! 죽었다!"
아니나 다를까, 윤진이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엄마가 가스 배관 타고 올꺼냐고 묻는데?]


"음... 추억들이 새록 새록 피어 오르네... 의진아 나 이만 가 봐야겠다. 오늘도 너무 고마웠고 매..."
액정화면을 닫으며 그렇게 중얼거리고서 의진을 향해 돌아봤지만 소파 위에 잠든 그에게 그녀의 목소리가 들릴리가 없었다.
하루종일 녹음하고 믹싱하면서 빠르게, 그러면서도 완성도 높게 끝내기 위해 신경써 무척이나 고단했나 보다.


조용히 빙긋 웃으며 윤하가 다가가 겉옷으로 몸을 덮어주고는 안경을 살짝 벗어주었다. 순간 처음으로 의진의 맨 얼굴을 본 윤하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그리고 안경을 안 쓴 의진의 얼굴...


왠지 모르게 한참 전 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의 얼굴이라는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 둘이 아무리 친해졌지만, 이건 그것과는 다르게 마치 오래전, 기억속에 먼지 쌓인 앨범에서 자신을 올려보는 얼굴을 보는듯, 알듯 모를듯한 얼굴이였다.
분명 윤하의 기억으로는 지금까지 안 사람들중 한의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없었는데, 묘한 기분이 의진의 얼굴을 바라보는 그녀를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