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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마법에 걸린 그해 여름

마법에 걸렸던 그해 여름... [12]

마법에 걸렸던 그해 여름... [12]


얼굴에 내리쬐는 햇빛에 뒤척이던 윤하가 이내 손을 뻗어 눈을 가려 달콤한 잠의 방해꾼을 없애곤 좀비처럼 힘없이 자리에서 서서히 일어났다.
눈을 감은 채 그렇게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더니 이내 억지로 눈을 비벼 눈을 뜨고는 시계를 바라보더니 놀란 토끼눈으로 벌떡 일어났다.
시간이 이렇게 되었단 말인가?
어제 받았던 문자가 갑자기 눈 앞에 선해지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동창 모임이 있대. 내일 시간되지?]


갑작스런  모임, 그것도 초등학교 동창 모임이라는 말에 놀랐지만 일단 오래동안 보지 못한 반가운 마음에 일단 가겠다고 했지만 늦게 까지 인터넷을 한 바람에 너무나 늦게 일어나 겨우 씻고 옷을 갖추어 입고 나간다고 해도 늦을것이 분명하였다.


"아니 오후가 되서야 일어나 놓고 뭘 그렇게 급하게 나가?!"
"오늘 초등학교 동창들 만나기로 했어!"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현관으로 달려가는 윤하를 보고 윤하의 어머니의 질문에 급하게 답한뒤 문을 나갔다.
"무슨 고등학교도 아니고 중학교도 아니고 초등학교 동창회야?"
윤하가 나간쪽을 바라보며 그녀의 어머니께서 중얼 거렸다.


"어, 윤하 왔다. 빨리와!"
"야, 그래도 스타라고 바쁘니까 늦게 온다 이거지?"
"그런거 아냐!"


놀리는 친구들이라도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반갑기 그지 없을 뿐이였다.


"와, 진짜 오랫만이다."
"그래도 우린 고등학교 다니면서 어느 정도는 서로 찾아 보고 있었지만 윤하는 또 학교까지 떠나가지고 본지도 몇년이나 된거 아니야."
"진짜. 그나저나 무슨 초등학교 동창을 누가 해? 이거 누구 아이디어야?"
"뭐 노는데 무슨 이유면 어때? 이유야 만들면 되지!"
"저 녀석 노는게 목적이였어... 어쩐지 중, 고등학교 동창회에 과모임에 뭐에 뭐에 이제는 초등학교 동창회까지..."


그렇게 한참을 패밀리 레스토랑이 떠나가라 웃으며 이야기했고 어느새 옛 추억들을 더듬기 시작하고 있었다.


"야, 네가 얘 좋아한다고 반 애들한테 일일이 다 얘기하면서 무슨 5 학년 주제에 얘 남자친구라고 떠벌리고 다녔잖아!"
"그얘기를 왜해?! 너도 은서 좋아했..웁!!"
"닥쳐, 입닥쳐!"
앨범을 꺼내들고 서로 누가 누구를 좋아했다는 등의 유치한 대화가 오가고 그렇게 한참을 웃더니 어느새 화살은 윤하에게도 왔다.


"난 윤하랑 세준이랑 진짜 서로 좋아하는줄 알았다!"
"아, 맞아! 세준이!"


잊고 있었던 이름이였다. 이세준.

 
앨범속 세준이는 마른 몸집 탓에 호리호리해 보이는 남자 아이였다. 깨끗해 보이는 피부에 얼굴에는 장난끼 가득해 보이는 얼굴은 윤하에게 특별한 추억을 더듬도록 하였다.
 

세준이는 윤하의 친구이자 제자이였다. 바로 윤하에게서 피아노를 배우고 있었던 것이였다.


"걔랑 윤하랑 맨날 점심 먹고 다른애들 노는 시간에 음악실에서 피아노 치고 놀고."
"우리는 음악실에서 뽀뽀한다고 놀렸는데..."
"아우 변태!" 윤하가 기겁하면서 놀리는 친구들을 때리고 있는데 한 명이 질문했다.


"야, 세준이는 왜 안왔냐? 누가 연락 안했어?"
그러자 조용해지는 일동. 기억속에서 얼굴 조차 가물가물한 친구를 안 불렀다는게 미안해서인지 숙연해지는 분위기.


"뭐야, 아무도 연락 안하고 살았어?"
"글쎄...


그러자 한쪽에서 뜻밖에 소식이 들려왔다.
"세준이 걔 죽은거 아니였어?"


깜짝놀라 모두가 그 말을 꺼낸이를 쳐다보자 옆에 있던 남자가 그의 뒷통수를 때렸다.
"무슨 재수없는 소리냐? 걔 부산으로 이사 갔어!"
"어? 난 캐나다 유학 간걸로 알고 있었는데..."
"무슨 소리! 영국으로 갔어"
"중국 아니냐?"
"무슨 유학이야? 걔 내가 고등학교때도 지나가는거 얼핏 봤는데."


"나도! 나도 봤어."
"아 진짜?"
"어, 메이지다!"


뜬금없는 한 마디에 모두 메이지의 존재를 외친 여자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이 모이자 보이는것은 테레비전에 나오는 이미 윤하에게는 너무 익숙해진 메이지 멤버들의 정식 활동 재개를 알리는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
 

"야, 진짜 신기하다. 누가 메이지가 대한민국에서 활동을 시작할거라고 생각이나 했겠냐? 그나저나 활동 시작 할 건가 보네?"


"그러게. 근데, 쟤네 한국 소속사 윤하랑 같지?"


갑작스러운 메이지의 등장에 윤하는 생각이 멍해졌다.


'내가 프로듀서라는 말 절대 하기 없기다. 박대표님하고도 얘기 끝났어 그냥 신비주의의 프로듀서가 맡은걸로 언론에 얘기하기로.'
'쳇, 주제에 신비주의는 왠말?'
'내가 신비주의를 원하는게 아니라 네가 내 그림자에 묻혀서 네 본 실력이 가려질까봐 하는거야.'
'어, 그래~? 너무 네 자신을 자만하는것 아니야?'
'키키, 맘대로 해석해라.'


"그럼 가끔 만나기도 하고 그러겠네?"
"아, 응 가끔?" 대충 대답을 한 뒤에 물 한모금을 들이켰다. 


"아, 제이슨 진짜 멋있다~ 완전 카리스마 눈빛이야."
"난 키스가 귀여워서 더 좋던데..."
"야, 페이가 제이슨이랑 사귄다면서?"


이런 얘기가 오고가는 가운데 의진의 얼굴이 화면에 떴고 이내 화재는 의진으로 바뀌었다.


"저거 한의진이지?"
"응. 다른 멤버들이랑은 달리 좀 평범해 보이지 않냐?"
"난 제일 좋은데.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잖아."
"그래도 외모는 되게 평범하잖아. 길을 걸어가도 지나가는 사람사이에서 그낭 어울릴수도 있겠는데?"


"혹시... 어디서 많이 본거 같지 않냐?"
윤하가 혹시 몰라서 자신이 느낀것을 확인하기 위해 한번 친구들을 떠보았다.


"그니까! 아까 말했잖아! 되게 평범해 보인다고! 누구든지 보면 어디서 한번쯤 본 사람 같다니까!"
"아냐! 윤하는 사무실에서도 보니까 그냥 낯이 익을 뿐이지.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딜봐서 익숙하겠냐? 나 같으면 메이지의 한의진이 내 앞에 딱 서면 난 기절하겠다."
"기절하면 어떻해?! 싸인 받고 사진은 기본으로 찍어야지!"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는 사이에서 윤하는 다시 텔레비전의 화면속에서 인터뷰를 마치는 의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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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허름한 식당의 구석자리. 벽지는 이미 노랗게 변했고 천장에는 백열전구 하나만이 식사하는 사람들을 비추고 있엇다.
벽한쪽에서는 한 중년의 남자가 식당에 어울리는 허름한 양복을 입은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식사도 주문하지 않은것으로 미루어 누군가를 기다리는듯 했다.


이윽고 문이 열리며 어두운 식당안으로 햇살이 한 젊은이의 실루엣을 그렸고 중년의 남자로 하여금 그림자의 주인을 보도록 했다.
기다린 사람인듯 그는 점잖은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끄덖이자 새로 들어온 젊은이는 그 앞의 자리를 잡았다.


"어서 오너라. 오랜만이구나. 잘 있었니?"
"네. 8년 만이죠."


마치 무슨말로 시작을 해야지 모르겠다는듯 둘은 한참을 서로 바라보더니 중년의 남자가 입을 먼저 열었다.
"어머니는 잘 계시고?"
"네."
"네 새....새아버지는..?"
"중섭 아저씨요? 잘 계실꺼에요."
"중섭 아저씨라니. 그래도 이제 네 새 아버지 아니겠니, 세ㅈ...아니 네 어머니가 이름을 바꾸었지. 의진이라고 했나?"


그의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오자 청년의 눈썹이 꿈틀 거렸다.
"아니요. 어머니와 한중섭 아저씨가 뭐라 부르더라도, 세상 사람들이 저를 한의진으로 알지라도 아버지에게 만큼은..."


청년이 고개를 들어 아버지의 주름진 얼굴을 보고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이세준으로 남고 싶어요."


8년만에 만난 아들의 말에 아버지라 불린 이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 상위를 얼룩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