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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20세기 탐정, 21세기 소녀

20세기 탐정, 21세기 소녀- 01.고윤하-1


20세기 탐정, 21세기 소녀- 01.고윤하-1


간단하게 내 소개를 하자면 내 이름은 김성희이다. 나의 어머니는 일찍이 나를 낳으시다가 하늘로 떠나셨고 군의관이셨던 나의 아버지는 혼자서 힘들지만 최대한 따뜻하게 나를 돌보아주셨다. 그만큼 강도의 칼끝에 돌아가셨을때는 나는 세상의 허무하리만큼 불공편함에 죽을것만 같았다.
내가 불과 16살때의 일이였던 것이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한분밖에 남지 않은 부모를 잃고 난 분명히 방황하며 좋지않은 길로 들어설수도 있었건만 난 그러지 않았다. 아버지의 엄격하지만 따뜻했던 가정교육을 무시한다는것은 마치 그와 내가 함께했던 순간들에 대한 모욕과도 같았던 것이다.


시간이 흐른후 나는 서울대에 당당히 의대생으로 졸업을 했고 외과의사로서 아버지의 업적을 따라 군대에 자원해 군의관으로서 입대했다.
얼마후 미국은 911사건으로 인해 아프가니스탄에 빈라덴을 수색하고 동시에 이라크와의 전쟁을 일으켰고 대한민국은 미국을 도와 한국군을 지원해주겠다는 뜻을 밝혔고 그중에 나또한 포함되었다.


나에게 전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불행만 가져다 주었다.
전쟁터에서 나는 엽총의 산탄을 맞았다. 멀리서 쏜데에 살짝 비껴가 목숨은 건질수 있었지만 산탄은 어깨에서 터져 뼈가 부서지고 쇄골하 동맥에 큰 손상을 입었다. 그날 나는 사막에서 적군에게 목숨을 잃어 마땅했지만 동료의 도움을 받아 그의 지프차를 타고 탈출할수 있었다.


심하게 몸의 부상을 입고 정신적인 손상도 입은채 근처 의료진에게 옮겨졌고 오랜 물리치료 끝에 어깨도 많이 좋아졌고 병동을 돌아다니며 나 또한 의료진들을 도울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좋아졌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기도 전 장티푸스에 걸려 건강이 다시 악화되었고 결국 고국으로 돌려 보내졌다. 한국 정부는 나에게 일찍, 너무나 일찍, 군의관의 직책에서 물러나게 하였고 9개월의 기간동안 약간의 돈을 지원해주어 민간인으로서의 삶을 되찾을수 있도록 하였다.


한국에 나는 가족도 없었고 친구라고 딱히 할만한 이들도 없었기 때문에 나홀로 내 삶을 다시 꾸려나가도록 노력해야했다.
군대에서 내쳐진 순간 난 내가 목표로 삼은 모든것이 무너져 내려 내 삶을 송두리채 흔들렸기에 얼마동안 나는 용두동에 조그마한 여관에서 지내며 딱히 이러할 계획도 없이 돈만 축내는 의미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금전적으로 타격을 입으며 내 삶의 방식을 바꾸어 정신을 차려야만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우선은 주거지부터 더 저렴하고 안정적인곳으로 옮겨야만 했다.


그런 마음을 먹은 바로 그날, 점심을 먹기위해 근처 식당으로 가서 자리를 잡은 순간 누가 내 어깨를 두드려 뒤를 돌아보자 전쟁전 철원의 군의관으로서 복무할당시 친해졌던 김한준이라는 청년이 서있었다. 제대를 한후 한번도 만나지 않았던 터라 반가운 마음에 같이 앉아 식사를 하도록 하였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성희야? 몸은 이렇게 마르고 안색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은데?"


곧 나는 그에게 내가 격은 모험담을 늘어놓기 시작했고 음식이 나올때즘 내 이야기도 끝이 났다.


"아이고, 고생했네. 그래, 그럼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음, 우석 마땅한 주거지부터 찾아봐야 할것 같아. 편안한데를 좀 괜찮은 가격에 구할수 있으면 좋으련만..."


"거참 희한하네...." 한준이가 중얼거렸다. "네가 나에게 그말을 한 두번째 사람이다."
"첫번째는 누구였는데?"


"대학 병원에서 함께 공부하고 있는 학생 한명 있거든. 오늘 아침내내 좋은 자리를 찾았는데 자기 혼자서는 너무 버거워서 방세를 나누어 낼 룸메이트를 못구한다고 안타까워 하더라고."


"어 진짜?! 딱 나네! 나하고 룸메이트해서 나눠내면 되겠네! 나도 어차피 혼자 적적하기보다는 같이 살면서 재밌게 지내면 좋지!"


한준은 물잔 너머로 나를 바라보며 약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가 아직 고윤하를 몰라서 그래. 계속 함께하기에는 좀 그런 아이야."
"왜? 무슨 문제 있어?"
"아니, 그런건 아니야. 그저 생각이 독특하달까? 과학에 관심이 유난히 많을 뿐... 뭐, 내 생각에는 괜찮은 친구 같아."


"의대생이야?" 내가 묻자 한준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그게 사실은 무얼하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어. 해부학에 소질이 있고 화학지식은 엄청나다고는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아는 바로는 딱히 어떤 학문을 위해서 체계적으로 공부를 한건 아닐꺼야. 뭔가 잡다한 지식에 박학다식하달까? 이상한 방면으로 교수님들도 놀랄만큼 식견이 많기도 하고."


"뭐 공부할건지 묻지는 않았고?"
"아니. 그게, 뭔가 가까이 다가가기 힘든 아이랄까? 자기가 원할때만 살가운 그런 여자."


"한번 만나보고 싶은데? 이왕 같이 살거면 조용하고 모범생이면 난 좋지. 아직 큰 소리나 소음은 감당하기 어렵거든. 그건 전쟁터에서 평생 할거 다 경험한거 같아. 어떻하면 네 친구 만날수 있을까?"


"그애 지금 연구실에 있을거야. 아예 몇일을 안보이거나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남아 있기도 하거든. 너 시간 괜찮다면 지금 밥 다 먹고 가보자."


"그래!" 그후로 우리의 대화는 다른 주제들을 거쳤다.


식사를 한후 고려대학병원으로 향하는 길에 한준이는 같이살수도 있는 그 여자에 대해서 더 말하기 시작했다.
"너 그애랑 살면서 불편하더라도 내 탓하면 안된다. 나도 그애 가끔 연구실에서 본거 외에는 별로 그렇게 아는거 없어. 네가 만나보겠다고 한거니까 내 책임은 없다."


"야, 김한준! 너 숨기는거 있지. 왜케 책임을 회피해? 왜, 성격 더러워? 사탕발림 하지말고 똑바로 아는대로 말해라!"


"야, 표현하기 힘들어서 그래... 너무 과학적이랄까? 거의 냉혈하다고 할만큼 말이야. 아마 어렸을때 친구에게 설사약 같은거 주는 그런 사람들 있잖아. 괴롭히려는게 아니라 그냥 어떻게 되는지 보려고. 하긴, 뭐, 궁금하면 자기가 먹을려고도 할걸... 그냥, 뭐랄까, 지식에 대한 열정이 강해서 말이야."
"지식의 대한 열정이 뭐 어때서?"
"아, 근데 그게 너무 도를 지난다 이거지. 언제한번 해부용 시체를 막대기로 마구 후려친것도 본적이 있다니까!"
"시체를 후려쳐?!"
"응! 죽은후 멍이 얼마나 드는지 확인한다나?"
"근데 의대생이 아니라고?"
"응. 그놈이 뭘 공부하는지는 하늘만이 알거다... 뭐, 다 왔으니까 네가 너만의 첫인상을 만들어봐."
그말과 함께 학교의 입구에 다다랐고 고려대 캠퍼스를 따라 한참을 걸은후 우리는 드디어 화학 연구실의 입구에 도착했다.


사실 그당시 나는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것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했다. 그저 막연히 룸메이트를 구해야된다는 생각에 길을 나섰고 이제 생판 얼굴도 모르는 사람, 그것도 한준이의 말마따라 꽤 독특한 인물과 살을 부딯히며 살게 되었다.


고윤하.... 그녀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