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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20세기 탐정, 21세기 소녀

20세기 탐정, 21세기 소녀 04. 추리의 과학-2

20세기 탐정, 21세기 소녀 04. 추리의 과학-2

 


전에도 언급했듯이 윤하의 피아노 연주는 정말로 놀라울 정도였다. 만약 지금 하는 일만 아니였다면 아마 전문 피아니스트가 됐을듯 하다. 물론 지금 하는 일이 도대체 무었인지 모르겠지만...
그렇지만 정말 무언가 알만한 음악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저 눈을 감고 아무 생각없이 맘이 가는데로 손가락을 놀려서  즉흥 연주를 하고는 했다. 어떤때는 슬프고 우울한 곡을, 또 어떤때는 밝고 경쾌한 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그리고선 항상 마치 몇시간을 참아주었다는 것을 보상하듯이 내가 좋아하는 곡으로 선정해서 마무리를 맺곤 했다.

 

그날아침 윤하는 몇시간의 연주 끝에 쇼팽의 곡을 연주해주고 있는 찰나에 하숙집 주인 아주머니가 손님이 왔다고 알려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날카로운 코와 커다란 눈이 인상적인 여자가 들어왔다.

 

"아, 규리. 오랜만이네! 들어와. 아, 이쪽은 내 새로운 룸메이트, 김성희. 성희야, 이쪽은 내 친구이자 단골 손님 박규리라고 해."


서로 인사를 나눈후 윤하는 규리를 소파에 앉히고는 나를 한쪽으로 데려가 낮은 몫소리로 나에게 나즈막히 말을했다.
"성희야, 내가 일때문에 이 방을 좀 써야 하거든. 혹시 너무 큰 실례 아니면 잠깐만 자리 좀 비워주면 안될까?"


마침 내가 보고 싶던 영화가 개봉하고 오랜만에 옛 동창 한명이 시간이 나서 마침 나는 그렇겠다고 얘기했고 가볍게 차려입은 후 밖으로 나섰다.
친구와 영화를 보고난후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헤어졌을때는 시간이 얼마 지났고 아마도 윤하의 박규리라는 친구와의 상담이 끝났을거라 생각돼서 한손에는 떡볶이를 사들고 천천히 집으로 향했다.


예상대로 윤하는 방에서 빠빠땨야와 놀고 있었고 규리는 간듯 했다.

 

"나 왔어."
"어, 그래. 영화는 재밌었어?"
"응, 그냥 그랬어. 무슨 천사가 내려와서 두 여자애들 우정 되찾아주는 그런 내용인데 볼만하더라고. 일본 영화인데 여주인공은 한국애다."
"음 음, 그래? 어, 뭐야? 혹시 떡볶이?!" 윤하는 내 얘기를 건성으로 들린 기색이 역력했지만 나도 그리 진지하게 한 얘기는 아니라 그냥 흘려보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영화보다는 윤하가 과연 무슨 일을 하는지, 박규리는 무슨 일로 윤하를 찾았는지, 그리고 박규리는 뭐하는 사람이길래 윤하의 단골인가?

 

하지만 윤하는 자기의 일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할 생각인지 떡볶이만 우걱우걱 씹고 있었다.

 

이내 나도 체념하고는 떡볶이 한개를 하나를 입에 물고는 별생각 없이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마침 잡지 한개가 눈에 뛰었다. 한장이 접혀있길래 생각 없이 읽어내려 갔지만 산문은 가면 갈수록 말도 안되는 내용들로 꽉차 있었다. 내용인즉슨 사람은 계획적인  관찰을 통하여 자신의 주위의 환경에 대해서 너무나 많은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읽으면 읽을수로 그 내용은 너무나 말도 안되는 내용이였다. 글쓴이는 안면근육의 미세한 경련, 눈의 작은 움직임 등이 사람의 가장 깊은 내면의 생각을 나타낸가고 주장했다. 관찰의 능력에 능한 사람에게 거짓이란 통하지 않는다고. 숙달된 이는 물 두방울만 보고도 각각 나이아가라 폭포수에서 온 물과 대서양에서 온 물이라는것을 구분해낼수도 있다고 하는 대목에서는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뭐 이딴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어디있어? 무슨 초능력자 얘기야?" 기가 막혀서 잡지를 던져버렸다.
"뭐가?"
"이 글 말이야! 무슨 한번 훑어본것만으로 그사람에 대한 정보를 알수 있다는게 말이돼? 이 글 쓴 사람 지하철에 데리고 가서 차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모두 말해 보라고 한번 시켜보고 싶네. 아무것도 못알아본다고 천만원 건다."

 

"네가 질걸." 윤하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 산문은 내가 쓴거야." 
"네...네가?!"
"응. 내가 좀 관찰과 추리에 재능이 있거든. 거기 있는 그 이론들, 네가 말도 안된다고 주장하는 그 이론들 말이야... 다 현실성있고 실용적인 것들이야. 게다가 너무나 현실적이라 내 직업의 모든것이 이것에 의존하는걸."
"도대체 그게 뭔데? 네 일 말이야?" 나도 모르게 드디어 그토록 궁금했던 질문을 툭하고 내뱉었다.
"나. 개인 상담 탐정이야. 뭐, 정부의 고용된 경찰청의 형사들도 있고 사립탐정들도 있지만 그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에는 나에게 상담하러 오지. 그러면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범죄의 관한 지식을 사용해서 그사람들이 풀지 못한 문제를 해결해주는거야. 범죄란 서로 다 비슷비슷한거지. 1000가지의 사건에 대한 세부사항을 아는데 1001번째를 못푼다면 그것이야 말로 이상한거지. 규리는 꽤나 유명한 형사야. 근데 희한한 살인사건에 휘말려서 나에게 도움을 청하러 온거지. 그전에는 정말로 힘든 사건들만 맞기러 오더니 이제는 아예 아무 사건이나 맞기러 온단 말이야. 좀 복잡하더라도 자기가 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될일도 갖고 오고 말이야..."

 

"그럼 경찰말고 다른 사람들의 사건도 맞고?"

 

"그럼. 왠만한 경찰들은 규리 갖지 않고 자존심이 세서 나에게 오는 것은 자신의 무능력함을 인정하는 것이라 봐서 잘 안와. 대부분의 사건들은 대개 보통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경찰들이 도움이 안되니까 나에게 오는 거야. 왠만한건 그저 뭔가 설명이 안되는 부문을 그저 설명 받고 싶은 거지. 사건에 대해 내게 말하고 난 내 의견을 말하고 돈을 받는 거지."


"그렇다면 다른사람들이 현장에 있고 증거물들을 눈으로 보고도 못 맏힌다는 것을 넌 네 의자에서 사건에 대해서 듣기만 하는 걸로 모든 사실을  꽤뚫어본다는 말이야?"


"뭐 거의 그렇지. 내겐 그런면에선 거의 본능적인 재능이 있거든. 하지만 가끔 가다가 좀더 복잡한 사건들이 이따금 나타나면 직접 발로 뛰어서 실마리를 잡아야지. 게다가 여러가지 희한한 잡학같은것들도 같고 있어서 사건 해결하는데 남들이 넘겨본것들도 볼때가 있어서 말이야. 네가 잡지에서 읽은, 네 말마따마 <말도 안돼는> 이론들은 모두 내 사업에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것이지.관찰은 나에게 천성적이거든."


그녀는 입에 떡볶이 하나를 더 집어넣고는 얘기를 이어갔다.


"예를 들어 우리가 처음 만났을때 네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왔다는 것을 듣고는 넌 놀랐지."
"누가 말해줬겠지."
"천만에. 내가 너에 대해 처음으로 안게 그때인걸. 정확하게 이런저런 과정을 거치는게 아니라 그냥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추리를 하는거라 설명하기가 힘드네. 너도 2 더하기 2는 4라는걸 잘알지만 막상 설명하려면 생각보다 힘들것 같은거야. 굳이 하나하나 나열하자면 이렇게 생각했다고 할수있지: 우선 의학용품이 진열된 방에 들어왔을때 신기하다는 듯이 둘러보지 않은것으로 봤을때 네가 자주 다루는 것들이기에 무관심했다는 것도 알고. 그리고 무엇보다 한준과 잘 아는 경우라면 두개의 사항을 조합했을때 의학계에 몸담은 사람이라는 것을 추정했지. 게다가 악수했을때 엄지와 검지, 그리고 가운데 손가락에 굳은살의 위치로 봤을때 가위와 비슷한 종류의 기구를 자주 사용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 즉 수술을 많이 한다는 계산이 나오지.
거기다가 너는 모르겠지만 넌 무의식중에 서있을때 정자세로 차렷 자세 또는 열중쉬었 자세를 취해. 군인이네. 여자가 군인이라는 것은 직업군인인 경우가 많지, 게다가 전문병이 많지. 군의관이라. 얼굴은 엄청 탔어. 이 계절에 한국에서 그렇게 탈수있지 않아. 아, 네 손목의 색에서 네 얼굴색이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수 있지. 그렇다면 한국이 아닌 그 어느 나라에서 군의관이 최근에 이렇게 탈정도로 태양이 강한 나라라.... 게다가 야윈 열굴을 보니 병으로 고생했나 보군. 왼쪽 어깨는 불편한듯이 뻣뻣하고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걸 보니  최근에 부상을 입었고. 현재 태양이 불타오르는 외국의 나라중에서 한국의 군인이, 그것도 군의관이 큰 부상을 입을 정도로 큰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나라는 어디지? 자연스럽게 아프가니스탄이 떠오르더군. 이 모든 생각이 약 1 초의 시간동안 무의식중에 지나가고 이야기를 했더니 넌 무척이나 놀랬지."
승리의 브이를 그리며 떡볶이를 한입 집어넣는 윤하를 말도 못하고 쳐다만 봐야 했다.


"자, 그럼 더 너에게 내 세상을 더 보여줄 기회를 주도록 하지. 규리가 이번에 희한한 살인사건을 맡았거든. 그래서 현장에 같이  조사좀 도와달래서 갈까말까하는데 너한테 보여주고 싶은데? 가서 옷입어. 잠깐 밖에 나갔다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