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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20세기 탐정, 21세기 소녀

20세기 탐정, 21세기 소녀 02. 고윤하-2

20세기 탐정, 21세기 소녀 02. 고윤하-2

 

연구실은 끝없는 유리의 향연이였다. 넓은 탁상위에는 갖가지 유리 비커들이 번센버너들의 푸르스름한 불빛을 굴절시키면서  희한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었다.


실험실에는 오직 한명의 학생만이 자신의 탁상위에 실험에 몰두를 하고 있어 아마도 이 여자 아이가 고윤하인가 싶었다. 마침 부츠를 신고있던 터라 내 발자국 소리는 어떤 누구라도 들을수 있을만큼 컸고 그녀는 고개를 들어 우리를 바라보았다. 마치 그녀가 괴짜인듯 말했던 한준이의 말이 생각나 혹시나 실험을 방해해서 기분을 나빠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됬지만 이외로 그녀는 밝은 표정으로 우리를 반겼다. 하지만 그녀의 다음 문장에 난 왜 그녀가 그토록 기뻐하는지 알수 있었다.

 

"찾았어! 찾아냈다고!" 그녀가 자신의 손에 있는 시험관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오직 헤모글로빈에만 반응하는 시약을 만들어냈어!" 그녀의 표정은 마치 금광을 찾은듯이 밝아 보였다.

 

"성희야, 이분이 고윤하 학생이야."  한준이가 살짝 웃음을 참으며 그녀를 소개시켜 주었다.


"반가워요." 그녀는 의연하게 손을 뻗어 내 손을 붙잡고는 외모에 안어울리게 다부지게 악수를 했다.


"아프가니스탄에 계셨나봐요?"


"아, 네... 자...잠깐! 그걸 어떻게 알았죠?"


"아, 아니에요, 신경쓰지 마세요."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다독였다. "지금 중요한건 헤모글로빈이에요. 아마 그쪽도 내 발견의 중요성을 이해하겠죠?"


"물론 화학적 측면으로 봤을땐 흥미롭긴 하네요. 하지만 실용적으로는..."


"아니, 실용적이지 못하다니... 법의학적으로 얼마나 큰 발견인데! 이게 혈흔을 찾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나요? 잠깐 이리 와봐!" 반말과 존댓말을 섞으며 그녀는 흥분한듯이 내 소매를 붙잡고 그녀가 연구를 하던곳으로 끌고 갔다.
"자, 여기 신선한 피를..." 중얼거리면서 칼로 손가락을 찌르고서는 피를 내고는 피펫으로 한방울을 짜냈다.
"자, 이 작은 양의 피를 1 리터의 물속에 섞죠." 붉은 피는 이내 많은량의 물속에서 퍼져 흔적이 사라지고 마치 물만이 들어있는듯이 보였다.
"육안으로 봤을땐 피의 흔적을 찾아볼수가 없죠? 하지만 내가 고안한 시약을 사용했을때 반응이 있을거야. 자 봐봐."
흥분한듯이 말을 재빨리 잇고는 물속에 투명한 액체를 몇방울 떨어트리자 바로 물의 색이 연한 고동색으로 변하고 밤색의 입자들이 바닥에 고이기 시작한것이였다.


"하하!자 어때?!"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구한 아이마냥 그녀는 손뼉을 치며 나에게 물었다.


"오... 신기한데요?"


"그치, 그치?! 그전에 사용한 실험들은 너무 불확싫했단 말이야.  하지만 이 시약은 피가 오래되었든 신선하든 상관없이 혈흔의 존재를 발견할수 있어. 이 실험이 조금만 일찍 발견 됬어도 죗값을 치르지 않고 살아가는 많은 이들을 잡아들일수 있었을 텐데..."


그녀는 어느새 아예 반말로 굳힌듯 했다....


"그렇구나. 축하해요." 그녀의 열성에 난 적잖이 놀랄수 밖에 없었다.

 

"우리 고윤하씨는 걸어다니는 범죄 백과사전이거든. 책 한권 내도 될걸."
"그러게? 베스트 셀러 하나 출판할까?"
한준이가 비웃듯이 말했지만 그녀는 진지하게 받아들인듯 하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그녀는 연신 쿡쿡 웃으면서 반창고를 자신이 벤 손가락에 붙혔다. 내가 물끄러미 바라보는것을 의식한듯 그녀는 나를 힐끔 보곤 웃으며 설명을 했다.
"조심해야 되서요. 전 독극물도 자주 다루거든요."
실제로 그녀의 손은 밴드 투성이였고 군데 군데 산성물질들을 다루었는지 얼룩이 졌다.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한준이가 의자 하나를 끌어다 앉고는 또하나를 내쪽으로 밀면서 말문을 열었다. "여기 내 친구는 주거할 곳을 찾고 있고 넌 아침에 집세를 둘로 나눌 룸메가 필요하다고 불만을 털어놓길래 아무래도 너희 둘을 연결시켜 놓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드라고."


"아~! 진짜~?! 그럼 내 룸메할 사람이구나? 반가워! 안그래도 배꽃길에 있는 하숙집에 눈독 들였거든. 혹시 담배 냄새 싫어하니?"
"아, 아니요. 저도 가끔 펴요."
"이봐. 편하게 말놔. 동갑인데 뭐. 아, 그리고 나 자주 화확실험들을 하곤 하거든. 혹시 문제 될건 없지?"
"아뇨...아, 아니..."


"자, 그럼 또 내 단점들이 뭐가 있지? 가끔 가다가 되게 우울증처럼 조용하고 며칠을 말도 안하고 있을때가 있거든. 화가 나거나 그런건 아니니까 그냥 내비두면 또 활발해져. 자, 너는 뭐 얘기할것 없어? 같이 살거면 이런 사소한것도 알아야지."


"나? 음... 우선 강아지 한마리 데리고 있고 시끄러운거 싫어해. 그리고 한밤중에 아무때나 일어날때도 있어. 더 있겠지만 지금 생각나는건 그게 다야."


"혹시 시끄러운거중에 피아노 연주도 포함되는거야?"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거야 연주자에 따라 다르지. 잘 연주하면 더할나위 없이 좋지만 못 친다면-"


"아, 그건 걱정할것 없어." 그녀가 호탕하게 웃으며 안도한듯 했다. "자 뭐 그럼 됐네! 아, 먼저 방이 맘에 들어야 겠지?"


"언제 보러 갈까?"


"내일 정오에 여기서 만나자, 같이가서 보고 후딱 결정 짓자고."


그렇게 약속을 정하고 그녀를 자신의 실험에 다시 몰두할수 있도록 헤어지기로 했다.
그렇게 여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문득 떠오르는게 있었다.
"내가 아프가니스탄에 있었다는것은 어떻게 알았지?"


한준이는 재밌다는 듯이 빙그레 웃었다.
"걔 특기중에 하나야. 사람들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아내는 재주가 있지.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알아내나 궁금해 하긴해."


"흠... 미스테리 인물이야? 재밌는데? 너한테 고맙다, 야. 이렇게 우릴 연결시켜 주고. 삶에 대한 연구를 하려면 인간부터 시작해야지."


"한번 연구 해봐. 근데 좀 어려울걸? 내 생각에는 너보다 그 아이가 너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될걸."


여관에 들어와 내 강아지 빠빠땨야를 안고는 내일 다시 만날 그녀에 대해 유추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