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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20세기 탐정, 21세기 소녀

20세기 탐정, 21세기 소녀 06. 첫 미스테리-2

20세기 탐정, 21세기 소녀 06. 첫 미스테리-2

 

 

마지막으로 윤하는 구경꾼 몇명에게 질문 몇개를 하고는 나에게 돌아왔다.
"자, 이제 현장으로 가자."

 


현관앞에는 긴 생머리의 여인이 서있었다. 아침에 언뜻 봤던 박규리라는 형사였다. 손에 공책을 들고 있던 그녀는 우리를 보더니 뛰어와서는 윤하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여기까지 와줘서 고마워.


규리의 뒤로 희끗한 머리에 키가 크고 얼굴이 희멀건 사람이 나타났다.
고개를 끄떡이며 윤하를 반기는 듯 했으나, 표정으로 보아 윤하가 달갑지 않은듯 했다.


"윤하씨가 온다고 해서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보존해 놨습니다."
"그럼 저건 뭡니까!"
윤하가 진입로를 가리키며 대꾸했다.
"꼭 들소떼가 지나간 것 같군요. 하지만 이런 꼴이 되기전에 알아둘 건 다 알아뒀겠죠, 임병진 형사님?"

 

"집안에서 할일이 많아서요."
그는 변명하듯이 말했다.

 

"바깥은 여기 박형사가 알아서 하겠거니 했습니다."
눈하나 깜짝 안하고 박규리를 탓하는 임병진 형사를 규리느 기가 막히다는 듯이 쳐다 봤고 윤하는 나를 보더니 비웃듯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뭐, 박규리 형사와 임병진 형사가 둘씩이나 조사했다면 달리 더 알아봐야 할 게 별로 없을 것 같은데요."
비꼬는 말이였지만 임 형사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손을 비비며 말했다.

 


"하긴 조사할 만한 건 저희가 다 조사해놨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번 사건은 참 희한합니다. 아마 윤하씨의 구미에 맞을 거요."

 


"임병진씨, 집앞까지 차를 타고 왔습니까?"
윤하가 물었다.


"아니요."


"규리씨도 안 타고 왔습니까?"


자신에게 존댓말을 한다는게 기분이 상했는지 규리는 눈을 굴리며 일부러 반말을 강조 하며 말했다.

 

"어, 나도 차타고 오지 않았어."


이런 규리의 반항에 윤하는 눈썹을 살짝 치켜들며 꾸중하는 듯한 눈초리를 주곤 말을 이었다.


"그럼 방으로 가서 좀 볼까요?"

 


낡고 먼지낀 나무마루로 된 짧은 복도가 부엌과 방들로 연결되 있었다. 복도에는 왼쪽과 오른쪽으로 문 두 개가 열려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오랫동안 닫혀 있었던 것 같았다. 다른 문은 거실로 통했는데, 바로 그 곳이 사건이 벌어진 현장이었다.

 


"너 왜 내가 모르는 사람인것처럼 존댓말이냐?"
경관 한명이 질문하는 바람에 임병진 형사의 신경이 다른곳으로 가 있는 동안 규리가 윤하에게 물었다.


"야, 사적이 아니라 일로 만나고 있잖아. 게다가 다른 이목도 있고. 너하고 나하고 사적으로 아는 사이라는게 알려지면 내가 이 사건을 담당하는것과 추리가 객관적인 것인가가 의심되고 수사에 공정성이 의심 받게 돼."


"하여튼 무서우리 만큼 차가운 놈이라니까... 아무리 그래도 고등학교 동창을 그렇게 기계적으로 대하냐."


"나한테 연줄 같은 건 상관없어. 사건이 관계되어 있는한 모두 한 공식의 요소일 뿐이야."


"참나... 그럼 김유빈은? 걔랑은 연락해? 요즘 보니까 새 작품 활동할건가 본데?"

 

이말에 내 눈이 휘둥그레졌고 목에서 뚜두둑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게 윤하를 향해서 고개를 돌리자 무심한 표정으로 주위만 둘러보고 있는 모습만 보였다.


"몰라. 내 앞에서 그 여자 얘기 하지마."


"쳇, 아직도 맘이 안 풀렸냐?"

 

"하지말아라."


"그만해라 아무리 걔가-"

 

규리의 입에서 도대체 김유빈이 윤하와 무슨 사이고 윤하에게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왜 윤하는 유빈에게 나쁜 감정이 있는지 알아내기 전에 임형사가 나타나는 바람에 들을수가 없었다. ㅠㅠ

 


거실은 널찍한 정방형 방이었는데 가구가 없어서 더 넓어 보였다. 벽에는 싸구려로 보이는 요란한 무늬의 벽지가 흰 곰팡이로 군데군데 얼룩진 채 붙어 있었고, 여기저기 길게 찢어진 벽지는 밑으로 쳐져 있어 안쪽의 누런 회벽을 드러내고 있었다. 문 맞은편에는 흰색의 모조 대리석으로 상단을 장식하여 그럴 듯하게 보이는 벽난로가 있었다. 벽난로 위에는 붉은 색 양초 도막이 둘러붙어 있었다. 하나밖에 없는 창문은 너무 더럽고 그것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도 흐려 모든 것이 탁한 잿빛으로 보였다. 더구나 겹겹이 쌓인 먼지로 온 방안은 더더욱 우중충했다.


사실 이렇게 자세한 풍경은 나중에나 사진을 통해 관찰을 한 것이였다. 막 들어섰을 때 내 모든 관심은 색 바랜 천장에 보지 못하는 공허한 눈동자를 고정한 채 바닥에 뻗어 있는 한 사체에 집중되어 있었다.


나를 오싹하게 만든 사체는 43세 정도로 보이는 중년 남자로, 중간킹에 어깨는 넓었고, 곱슬곱슬한 머리칼에 짧고 억센 턱수염이 있었다.


그는 화려한 무늬의 조끼에 밝은 색의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칼라와 소매는 깔끔했다. 그의 옆에는 잘 손질한 모자가 놓여 있었다. 양팔을 벌리고 주먹은 꼭 쥐고 있었는데, 다리가 서로 꼬여 있는 걸 보니 죽을 때 고통스럽게 죽은 것 같았다. 경직된 얼굴에는 지금까지 인간의 얼굴에서는 내가 전에 본적이 없는 공포와 증오가 서려 있었다. 적의로 끔찍하게 뒤틀린 얼굴은 찡그린 이마, 뭉툭한 코, 튀어나온 턱과 합해져 흡사 원숭이처럼 보였는데, 이것은 그의 몸부림치는 자세와 함께 한층 기괴함을 더했다. 나는 죽은 사람을 많이 봐왔지만 교외의 이 어둡고 더러운 방에 있는 사체보다 더 공포스런 모습은 본적이 없었다.


말없이 현장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규리가 나즈막히 말했다.
"이 사건 쉽게 풀릴 것 같지가 않아. 보이는 것마다 의문투성이야. 이런 일을 처음 다루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단서는 찾았나?" 따라 들어온 임병진 형사가 규리에게 무심히 물었다. 
"전혀 못 찾겠더군요. 그나마 사인조차도 부검이 끝난 후에야 알 것 같아요."
규리 역시 같은 어조로 대답했다.


윤하가 죽은 사람에게 다가가서 무릎을 꿇고 앉아 자세히 살폈다.


"사체에 상처가 없다는 것은 확실합니까?"
주위에 여기저기 튀어 있는 핏방울들을 가리키며 그녀가 물었다.


"확실합니다."
두사람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이 피는 다른 사람의 것이겠군. 아마 살인이라면 범인의 것이겠지. 샘플 채취해서 감식반 보고 DNA 조사 해보면 금방 알수도 있겠는데. 이걸 보니 1984년 경기도에 일어난 김세혈 살인사건과 정황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임병진씨, 그 사건에 대해 아십니까?"
"아니요."
"한번 읽어보시죠. 꼭 봐야 합니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 법이거든요. 모든 일은 예전에 이미 일어났던 일의 반복이지요."


윤하는 말하면서 민첩한 손놀림으로 라텍스 장갑을 끼고는 사체의 여기저기를 만져보고, 눌러보고, 단추로 끌러서 살펴보았다. 그럴 때 그의 눈은 전에 보았던 멍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윤하의 조사는 너무 신속하게 끝나서 그 시간에 뭘 알아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윤하는 사체의 입 주위를 냄새 맡은 다음, 그의 독특한 가죽 구두 바닥을 힐끗 봤다.


"사체는 전혀 건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녀가 물었다.
"조사하면서 꼭 필요한 경우 외에는 거의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조사할게 없으니 부검의에게 보내도 될것 같습니다."

 

임 형사는 들것과 일꾼 네 명을 대기시켜 놓고 있었다. 그가 부르자 사람들이 방으로 들어와 시체를 들것에 싣고 나갔다. 그들이 사체를 들어올릴 때 반지 하나가 딸랑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규리가 반지를 집어들어 얼떨떨한 표정으로 내려다 보며 외쳤다.
"현장에 여자도 있었군. 이건 여자의 결혼 반지인데?"


그녀가 손바닥에 올려놓은 반지를 내밀었고 우리는 규리의 주변으로 몰려가 반지를 살펴보았다.
그 수수한 금반지가 한때는 신부의 손가락을 장식하고 있었으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일이 복잡하게 꼬이는데..."
임병진이 중얼거렸다.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사건인데, 반지가 더 복잡하게 만들었군."

 

"반지 덕분에 사건이 단순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까?"
윤하가 자기 생각을 말했다.
"반지를 쳐다보고 있어봤자 아무 소용 없을 것입니다. 그 사람 주머니에는 뭐가 들어 있었습니까?"
"모두 여기 있습니다."
임병진 형사가 방 밖으로 우리를 이끌곤 계단 아래쪽에 흐트러져 있는 물건들을 가리켰다.

"금시게 하나, 대학 졸업 반지, 눈이 루비로 된 불독 머리모양의 금 넥타이핀... 그리고 가죽 명함 집이 있는데, 그안에 주소가 뉴욕으로 되어 있는 이녹 박의 운전면허증이 있습니다. 지갑은 없고 주머니엔 돈 7200원이 있었습니다. 수신인이 각각 이녹 박 과 조셉 신 으로 되어있는 이메일 두통의 인쇄본이 있었습니다. 이메일은 두통 다 시온 여행사에서 온 것으로 인천 공항에서 일주일후 출발하는 항공편이 예약되어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군요. 이 불쌍한 남자는 뉴욕으로 돌아가려 했나 보더군요."
"조셉 신 이라는 사람에 관해서는 알아 봤습니까?"
"알아보기 위해서 공항의 입국 서류중 혹여 있을까 조사를 의뢰했지만 아직 연락이 없습니다."
"뉴욕에는 연락해 보았습니까?"
"한국 대사관에 오늘 아침에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이메일에는 뭐라고 썼습니까?"
"그냥 지금 상황을 설명하고, 뭐든지 도움될 만한 정보가 있다면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결정적인 문제로 보이는 사항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았습니까?"
"조셉 신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그것뿐입니까? 이 사건을 좌우할 만한 사항은 없었습니까? 다시 이메일 보낼 생각을 없습니까?"
"제가 물어볼 말은 모두 이메일로 보냈습니다."
임병진이 감정이 상한듯 퉁명스럽게 말했다.


윤하가 혼자서 웃으며 무슨 말인가를 하려고 할때 거실에 있었던 규리가 나타났다. 그녀는 당당하고 자랑스러워하는 태도로 걸어왔다.
"임 형사님. 아주 중요한걸 발견했습니다. 제가 벽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다면 놓쳣을 걸요."
그녀의 눈은 빛나고 있었고, 라이벌을 한방 먹였다는 기쁨을 애써 억누르는 모습이 뻔히 보였다.


"이쪽으로 오세요."
그녀가 부산스럽게 거실로 들어가며 말했다. 소름끼치는 시체를 치원서 방은 훨씬 정돈된 분위기였다.


"자, 거기 서세요."
그녀는 소형 후레쉬를 들어 벽을 비추었다.
"이걸 보세요."
그녀가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방 한쪽 구석에 벽지가 큼지막하게 벗겨져 거친 회벽이 누렇게 드러나 있었다. 드러난 그 회벽에 붉은 피로 한 단어가 비스듬하게 휘갈겨 써 있었다.


RACHE


"제가 뭐랬습니까?"
박규리는 대단한 묘기라도 보여준 사람처럼 물었다.


"방에서 가장 어두운 구석에 쓰여 있어서 모두들 못 알아본 거에요. 애초에 거기를 살펴볼 생각을 한 사람도 없었고요. 살인범이 자신의 피로 쓴 게 틀림없습니다. 이 벽에 뚝뚝 떨어져 있는 피를 봐요. 어떤 식으로든 살인을 저질렀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외 이 구석에 쓸 생각을 했을까요? 제가 말씀드리죠. 벽난로 위에 있는 초를 보세요. 글씨를 쓸 당시에는 초가 켜져 있었습니다. 초를 켜면 어두웠던 이쪽 구석이 이 방에서 제일 밝아집니다.


"그럼 그 글씨는 뭘 의미하는 건가? 자네가 찾아낸 글씨 말일세."
임병진이 비꼬는 투로 말했다.
"뭐, 피해자가 미국에서 왔다는 것을 감안할때 아마 레이첼(RACHEL)이라는 여자 이름을 쓰려고 했는데 쓰는 중에 방해를 받아 다 못 쓴거지요. 장담하는데 이 사건이 해결되면 레이첼이라는 여자가 어떻게든 연과데어 있을 거에요."


순간 윤하는 웃음이 터졌고 규리의 맘을 상하게 했다.
"이봐요, 고윤하씨. 그렇게 웃는건 자유지만 그렇게 대놓고 당사자 앞에서 하진 않을래?"
"아, 이거 뜻하지 않게 기분을 상하게 해 미안합니다."
윤하가 사과했다.


"어쨋든 우리들 중에서 누구보다 먼저 이 글씨를 발견한건 분명 큰 공이지요. 이 글은 어젯밤 사건과 관련된 사람이 쓴 것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전 아직 이방을 살폅보지 못했으니 괜찮다면 지금부터 좀 조사해보겠습니다."


윤하는 이렇게 말하며 줄자와 후레쉬가 달려 있는 돋보기를 주머니 에서 꺼냈다. 그녀는 이 두가지 도구를 가지고 소리 없이 방을 거닐다가 가끔 멈추기도 하고, 무릎을 꿇기도 하고, 한번은 납작 엎드려 얼굴을 거의 땅에 대고 살피기도 했다.


그녀는 현장 조사에 너무도 열중한 나머지 우리가 거기에 있다는 것도 잊은듯 했다. 조사 내내 낮고 빠른 목소리로 뭐라고 중얼 거리기도 하고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하고, 신음소리를 내기도 하고, 희파람을 볼기도 했으며, 만족감과 기대에 찬 감탄사를 내뱉기도 했다. 그녀를 지켜보고 있자니, 잘 훈련된 순종 사냥개가 냄새를 찾을때까지 킁킁거리며 열심히 뒤지는 모습이 저절로 떠올랐다.


그녀는 20분 남짓 동안, 내가 있는 곳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는 흔적들 간의 거리를 아주 꼼꼼하게 재기도 하고, 또 무엇 때문인지 줄자를 가끔 벽에 대보기도 하면서 조사를 계속했다. 그러다가 어느 지점에서는  쌓여 있는 회색 먼지를 아주 조심스럽게 모아서 봉투에 넣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돋보기로 벽에 쓰여진 글자 한자한자를 꼼곰히 살펴 보았다. 일을 끝내자 그는 만족스런 표정으로 줄자와 돋보기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어떻게 생각해...요?" 규리가 황급히 존대를 하며 윤하에게 물었다.

 

"아직 뭐라하기에는 이른듯 하군요. 우선 죽은 사람을 처음 발견한 경찰과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요. 그의 이름과 주소를 알 수 있을까요?"


규리가 공책을 보고 가르쳐 주었다.
"이준하 경관이야. 지금은 비번인데... 여기 주소로 가면 만날수 있을거야." 종이 쪽지에 주소를 적어서 윤하에게 주었고 윤하는 반말하는 규리를 포기했다는 무시하고는 종이 쪽지를 받아서 주머니 안에 조심스럽게 넣어 두었다.


"성희야, 가자. 우리는 가서 그 사람을 만나봐야겠습니다."
이어서 그녀는 두형사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걸 한 가지 말씀 드릴까요? 이 사건의 범인은 남잡니다. 키가 180 센티미터가 넘고 혈기왕성한 사람이고요. 키에 비해 작고, 앞부분이 네모난 낡은 운동화를 신었고 디스 담배를 피웁니다. 그는 피해자화 함께 차를 타고 왔는데, 그 차의 바퀴는 타이어가 닳았지만 앞바퀴 오른쪽 것은 새로 간 것입니다. 십중팔구 범인은 얼굴이 붉고 오른쪽 손톱은 꽤 긴 남자일것입니다. 몇가지 안 되는 사실이지만 두 분께 도움이 될겁니다."


박규리와 임병진은 설마 하는 멍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그럼 어떤 방법으로 살해된 건데?"
규리가 물었다.

 

"독살입니다." 짧게 대답하고 걸어나가다가 문 앞에서 돌고는 규리를 부르고는 그녀와 가까이 있던 나만이 들릴정도로 조용히 속삭였다.

 

 


"한가지 더 말하자면, 규리야.... 라하(RACHE)는 복수를 뜻하는 독일어야. 그러니까 레이첼이라는 아가씨를 찾느라 괜한 시간 낭비하지 마."


윤하는 그렇게 의아한 표정의 임병진과 부끄러운듯 빨간 얼굴의 박규리를 뒤로한채 나를 다시 차로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