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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20세기 탐정, 21세기 소녀

20세기 탐정, 21세기 소녀 10. 조사, 추정, 그리고....

20세기 탐정, 21세기 소녀 10. 조사, 추정, 그리고....


그날밤 우리는 조용히 유빈이 가져온 반찬과 함께 저녁을 조용히 먹었다.


아무말 없이 윤하의 기분을 맟추려고 하고 있었지만 머리속에서 맴도는 궁금증을 참을수가 없어서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조용히 물었다.



"저기... 윤하야."


"응?"


"솔직히 배우들이 공연 끝나고 옷 갈아입고 화장 지우고 인사들 하고 하면 한참 걸리지 않나?"


"......근데?"


"게다가 그거 다하고 변장까지 하고선 우리집을 찾아오려면 시간이 꽤 걸렸을 텐데말이야... 어떻게 유빈씨가 너보다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을수가 있지? 오다가 무슨일 있었어?"


처음엔 마냥 김유빈의 얘기인줄 알고 적대감을 보이던 윤하가 마치 제자에게서 적절한 질문을 받은 선생님처럼 미소를 보였다.


"오~ 김성희, 갈수록 추리력이 느는데? 바람직한 자세야. 그럼. 중간에 이런 저런 일을  보느라고  조금 늦었어."


"혹시 이녹 박 사건에 관한 일이야?"


"응, 맞아. 미국에 있는  내 친구에게 연락해서 사건에 대해서 조금 조사를 의뢰를 해봤거든. 미국 FBI 수사관이라서 왠만한 정보망은 손끝에 있어서 이런 부탁하기엔 제격인 아이야."


"피해자가 뉴욕에서 와서? 사건은 한국에서 일어난 거잖아?"



"범죄가 일어나면 십중팔구 범인은 주위사람중 한명이야. 가족, 친구, 직장동료 등등... 즉 범행동기가 있을 사람이지. 아무 이유없이 사람을 해코지 하는 일은 극히 드문 경우의 일이야."



"그럼, 이녹 박의 뒷조사 의뢰?"



"그렇지. 규리 말로는 그사람이 미국에서 태어나 시민권 출신이라네. 그럼 FBI에서 왠만한 기록은 다 있을거란 말이지. 게다가 니콜이가 말은 좀 어눌하고 말을 못알아 들어서 그렇지,  일처리 하나만큼은 정말 빠르거든. 곧 연락이 있을거야."



"흠.... 그럼 이녹 박하고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다 알아 보려면 너무 시간이 많이 들것 아니야. 비효율적인 방법일듯 한데...."



"물론이지. 하지만 사람의 질을 보면 범위를 좁힐수 있지. 일단 범행의 목적이 금전적 갈취를 위한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냈으니 그 목적은 정치적인 경우, 여기서 정치적이라는 것은 국가적 정치뿐만 아니라 사업내 또는 범죄조직내의 힘싸움도 포함 되는거야. 그게 아니라면 개인적 사유, 즉 여자가 연류된 동기가 있지. 일단 정치적 암살은 그 목적만 달성하고 나면 흔적없이 치고 빠지거든. 하지만 이번 사건은 반대로 아주 신중하게 계획되었고, 가해자는 온통 발자국을 남겨 그가 방안에 오래 있었다는 것을 보여줬지. 그러다가 반지가 발견되면서 의문은 확실히 풀렸지. 분명히 살인범은 그것을 피해자에게 보여주려고 했을 거야. 죽거나 당시에 자리에 없는 여자를 상기시키기 위해서 말이지. 그때 나는 뉴욕으로 보낸 전보에 특이한 점이 있는지 문의했냐고 임병진 형사에게 물었는데 물어보지 않았다고 대답한거 기억나지?"



"흠. 그러면 이녹 박에게 여자문제로 원한을 산 사람을 찾아내면 되겠네."



"그렇지."




그때 마침 문밖에서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허락이 떨어지자 문이 살며시 열리고 자그마하고 날씬한 아가씨였다. 막 여름으로 들어서면서 후덥지근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곱게 차려입은 옷차림이 나무랄 데 없는 취향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옷 자체는 수수하고 검소한 것이 경제적으로 그리 넉넉해 보이지는 않았다.


첫눈에 인상은 자그마한 인형을 보는 듯 했다. 아담한 키에 사랑스럽고 붙임성 있어 보이는 표정에 큰눈임에도 불구하고 반달처럼 올라가는 눈웃음이 마음을 끌었다.



"저기... 안녕하세요. 사실 옆방으로 이사 왔거든요. 이제 같은 집에 살게된 이웃인데 인사 드려야 할것 같아서 들르게 되었어요."


"아, 네. 안녕하세요."



"여기 떡도 좀 가져왔는데..."


말이 끝나기 전에 떡은 벌써 내손에 들어와 있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아마 윤하가 받으려고 일어서는데 내가 가로막은 듯 한것 같다.



"제...제 이름은 김성희입니다!"


나도 모르게 군대에 있을적 처럼 지른 내 소개에 그녀는 깜짝 놀란듯 눈이 커졌다.


웃고 있을때는 햄스터를 닮은듯 했는데 눈을 뜨니 고양이상이다.



"아, 네... 전 한승연이라고 해요."


"네, 승연씨!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 뒤에 계시는 분은..?"


"아, 저 친구는 고윤하라고요, 제 룸메이트 입니다."


윤하는 조용히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승연에게 건네주었다.


"사립탐정 고윤하 입니다.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고맙습니다. 바로 옆방에 사니까 자주 뵐듯 싶으네요."


간단한 인사와 함께 그녀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고 나는 손에 시루떡 한 접시를 들고 멍하니 그녀의 방문을 응시했다.



"흠... 좀 사내다운 구석이 있었다는 것은 느꼈지만 취향이 그런쪽이라는 건 생각도 못했네?"


"무...무슨 말이야?! 그러는 넌?! 김유빈이랑 사랑하는 사이라...!"


얼굴에 날아오는 베게를 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맞을수 밖에 없었다.


"그 여자 얘기 하지말라고 몇번말해?"